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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라이프 오브 파이 Life of Pi, 2012(예고편 포함)

Life of Pi, 2012 (라이프 오브 파이), USA

Ang Lee, Taiwan

 




한줄요약
-미국 문화에서 조금이나마 떨어져있는 아시아 감독이 그려낸 아름다운 그림.

  이 영화 <라이프오브 파이>에 대해 말하기 전에 이 감독의 이전 영화에 대해서 잠깐 언급해보겠다. <라이프 오브 파이>를 제작, 연출한 대만출신 이안감독의 기존 영화들 중 <음식남녀>는 아직 보지 못했지만 <브로크백마운틴>, <색계>, <와호장룡>을 봤었다. 그 영화들의 느낌은 영상이 세련되고 깔끔하게 촬영되어있었고 무엇보다 그 영화들이 각각 갖고있는 보편적 느낌에서 새로운 어떤 한 가지 컨셉을 뽑아내고 있었다.

  예를 들어 <브로크백마운틴>에서는 미국이라는 배경과 백인남성배우들로 미국이 갖고 있는 컬쳐코드 중 하나인 카우보이들에게 동성애라는 코드를 입혀서 아름다운 자연을 보여주는 영상미 속에서 내러티브를 풀어나갔다. 또 <색계>나 <와호장룡> 역시 각각 그 영화들이 갖는 장르적 특성과 소재가 갖는 분위기에서 비틀어 나가는 맛이 있었다. 간단히 말하면 미인계 속에서 성적인 부분을 드러내고 그 인물의 심리를 묘사라거나 중국무협물이 갖는 느끼함과 촐싹거리는 점을 제거한 절제되고 세련된 무협영화를 선보였다는 거다. 자세한 건 각각의 영화를 리뷰해서 올릴 때 더 이야기 해보도록 하겠다.

  아무튼 <라이프 오브 파이>를 용산CGV에서 iMax 3D로 봤다. 내가 이전까지 본 3D영화들은 <베어울프>, <나탈리>, <옥보단> 밖에 없을 정도로 몇 편 보지 않았는데 그 와중에 느낀점이 있다. 영화들이 딱 두가지로 나뉜다는 것이다. 첫째는 단순한 3D컨버팅으로 인한 그냥 2D영화를 3D로 컨버팅한 영화가 있고, 둘째로 3D영화로 제작을 염두해 두고 만들었기 때문에 카메라의 구도와 움직임이 3d의 느낌을 충분히 살릴 수 있도록 연출을 한 영화가 있다. <라이프 오브 파이>는 두번째의 경우에 속하며 3d가 갖는 장점을 충분히 이용한 영화였다. 카메라 앞으로 가져오는 동물들의 움직임과 바다에서 보여지는 모습들이 매우 멋졌다.

 

 

 

 

 

 

 

이 영화는 제3세계 국가의 감독이 같은 제3세계 배우와 배경 및 문화를 가지고서 미국인보다 원작을 더 깊이 이해하고 만든 영화이다. 그리고 유럽과 미국에서도 이러한 이국적인 문화가 가진 볼거리에 흥미로워 하며 영상을 즐길 것이라고 본다. 미국에서 몇 번의 작업을 한 감독이긴 하지만 그래도 독립영화가 아닌 메이저 영화로써 거의 첫 작품인 <라이프오브 파이>는 감독에 게도 이력에 헐리우드 메이저 제작사와 만든 성공적인 영화로 남을 것이라고 본다. 그리고 극한의 상황 속에서 생존을 주인공이 스토리 텔링을 통해 풀어나가는 구조로 단조로운 구성을 피해 생존영화의 틀을 벗어던지고 동화적인 아름다움을 가진 영화로 탈바꿈되어 단순한 바다위의 생존기로 가족영화처럼 느껴질 정도로 순하게 만들어졌다.

  실제로 <라이프 오브 파이>를 보고나와서 식당에서 밥을 먹으며 다른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단위의 관객들이 이야기 나누는 것을 듣게 되었는데, 어린이들이 주로 호랑이와 식인섬에 대해 언급하며 동화적 모습에 매우 즐거워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내면에 다른 이야기가 내포되어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한 채 보기에는 조금 아쉬움이 남긴 했지만 각자가 느끼는 영화는 다르기에 나중에 다시 보게 된다면 그때 또 다른 감명을 받을 거라 생각한다.

  이 <라이프 오브 파이>를 다른 극한 상황에서 생존하는 스토리를 가진 영화들과 비교해보면 무엇이 다른지 확연히 느껴질 것이다. 이를테면 <캐스트 어웨이>,<얼라이브>를 <빅 피쉬>와 합쳐 바다 위에서 보여주는 컨셉 같았다. 또, 원작과 마찬가지로 각본이 매우 탄탄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텍스트로 구성된 원작이 갖고있는 모습을 멋진 영상으로 묘사하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CG작업에 매달렸다는 걸 영화가 끝나면서 올라가는 크레딧으로 검증할 수도 있었다. 영화 중간중간에 나오는 황홀한 장면들은 아바타 이상이다. <포레스트 검프>가 미국의 관점에서 시대상을 이야기하며 인간적인 주인공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왔었다면 <라이프 오브 파이>는 미국 헐리우드 메이저 영화사에서 투입된 자본으로 제작된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제3세계의 감독과 인물이 미국문화에서 벗어나 원작소설을 바탕으로 자유롭게 '삶'에 대해 이야기해 본 뜻 깊은 헐리우드 영화라고 본다.

  미국을 엄청 좋아하진 않지만, 공화당 멍청이들이 바글거리고 있어도 노예제도로 미국에서 큰 눈물을 흘렸던 흑인이 결국 대통령까지 된 나라라는 점이 갖고 있는 기회와 문화적 개방에 대해서, 제3세계로 구분지어지는 아시아와 기타지역에도 문이 열려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싸이가 미국까지 가서 말춤을 추는 것도 정말 충격적인 상황이라고 느껴졌었다.

 


  아무튼 수 많은 신이 존재하는 인도태생 소년이 다양한 세상의 모습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며 자라고 그렇게 자란 소년이 극한의 상황을 겪으며 이야기 하는 '삶'은 이제 막 세상 밖으로 나가려하는 내게 큰 감명을 주었고, 바쁘고 다양한 삶속에서 각자의 모습으로 지내는 우리에게 치열한 삶 속에서 잃어버리지 말아야할 가치들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다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