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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레미제라블, Les Miserables , 2012 (예고편 포함)

레미제라블 Les Miserables , 2012, USA
Tom Hooper

레미제라블 한줄요약
-등산을 하며 멋진 단풍을 구경했지만, 정상에는 오르지않고 중도하차한 기분

 

  레미제라블 책을 읽지 않았다. 그러므로 나는 영화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는 상태로 레미제라블 영화를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내러티브 내에서 내가 안쓰럽게 생각한 보조 여자캐릭터 에포닌 때문에 눈물이 흐르기도 했다. 그러나 영화가 끝나고 나면 기존의 뮤지컬 레미제라블과 어떤 차이가 있나 싶다.

  무슨 말이냐면, 뮤지컬은 장으로 파트별로 그 파트에서 기승전결을 보여주고, 각각 그 파트의 테마 곡이 있으며 뮤지컬 자체가 긴 호흡이 아니기 때문에 관객들이 보면서 흥미를 느낄꺼리를 더 부각시켜서 보여준다. 그런데 레미제라블이 영화로 만들어지고서, 예고편과 도입부분에 커다란 서사를 암시하는 것처럼 설정을 하며 이야기를 거대하게 끌어갈 것처럼 보여준다 마치 반지의 제왕처럼말이다. 허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영화도 에피소드별로 파트별로 나눠진 중심플롯이 밀려나버린 뮤지컬 영화일 뿐이였다. 

 


  <시카고><물랑루즈> 등등 다른 뮤지컬 영화에서는 장면들의 노래와 구성보다는 중심적인 이야기를 축으로 겉살이 붙어나간 뮤지컬 영화 였는데, <레미제라블>의 경우 아무래도 뮤지컬 이후에 만들어진 경향 때문이었는지 영화나 뮤지컬 영화보다는 그냥 뮤지컬에 가까운 느낌이다. 영화로의 장점은 뮤지컬 무대 세트보다 더 리얼한 장소를 보여주었다는 것 외에는 내러티브적으로 갖고 있는 점이 하나도 없다.

 


  내러티브적으로 바리케이트 장면도 진지함이 떨어지고, 헤프닝 적인 면이 더 느껴졌으며 특히 너무나 러셀크로우의 바다사자같은 얼굴로 맑게 노래하는 모습에서 계속 영화가 핀이 튄다는 느낌을 받았다. 캐릭터들이 융합이 잘 되지 않는다. 특히 자베르역의 러셀크로우가 마지막에 노래할 때 빨리 부르고 하던 거 마저 해!! 라고 속으로 외쳐보기도 했다.

결국 장발장, 쟈베르의 융합과 이야기내의 배치가 핀이 나간 것 같았고, 그래서 중심 이야기 플롯이 흔들리며 장면과 에피소드의 재미외에는 다 보고 나서 큰 카타르시스나 감동을 느끼기 어려웠다고 본다. 대부분의 사람들 역시, 영화 전체적인 이해보다는 각 에피소드에서 나오는 분위기와 감동을 기억하고 있을 거라고 본다.

이런 영화적인 아쉬움을 뒤로하더라도, 영화의 규모나 보여지는 흥미, 재미꺼리는 매우 충분하다. 하지만 이런 규모에 그 흥미 외에 서사를 더 만들었다면, 가끔 헐리우드 영화에서 나타나 무섭게 느껴지는 재미와 철학을 갖춘 영화로 재탄생 했을 거란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 

 


  톰 후퍼 감독은 <킹스 스피치>로도 유명하고 그 전에 전작들도 모두 드라마와 시대극을 비롯한 서사를 가진 이야기를 주로 다뤄왔다. 내 생각엔 그래서 이번에 레미제라블이라는 커다란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예전과 다르게 뮤지컬 적인 요소를 더 강하게 넣어서 만들고 싶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으로 뮤지컬적인 요소를 좋아하고, 그 분위기를 공연장이아닌 극장에서 겪어 보고 싶은 사람에겐 추천. 영화적인 내러티브를 기대하는 사람에게는 라이프 오브 파이를 더 추천한다.